지난해 6·17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의 2년 실거주 의무 부여 방안이 발표되자 이를 피하기 위해 앞다퉈 조합을 결성했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전경. [매경DB]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갖고 계세요?
안심하세요. 2년 실거주 안하셔도 괜찮아요
말 그대로 이 법안은 <재건축 조합원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분양 신청 당시 해당 단지에 2년 이상 실거주해야한다>는 것이에요. 우리가 재건축 아파트를 매수하는 이유는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죠.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재건축 단지에 2년이상 실거주를 해야, 자격을 주게한다는 거에요.
이 법안은 작년 6·17 대책때 발표됐어요. 정부는 연내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을 하지 않은 재건축 단지들부터 2년실거주 규제를 적용한다고 발표했어요.
그러니까 이 당시 정부안에 따르면, 연내 조합인가를 얻지 못한 재건축 조합은 소유주들이 실거주 2년 의무를 다해야 (신축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입주권을 받을 수 있고, 즉 이말은, 만약 내가 2년 실거주를 못했다면 재건축 아파트를 소유해도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감정평가 기준으로 현금청산을 당한다는 말이죠.
그런데 불과 1년전에 이렇게 정책을 발표했던 정부가, 이법안을 없던일로 하기로 결정했다는거에요. 당시 이러한 정부계획은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에 포함돼있었어요.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시행되는데, 이번에 정부가 <재건축 조합원에 대한 2년 실거주 의무>에 관한 내용을 빼고 법안을 수정 의결한것이죠. 한마디로, 재건축 2년 실거주의무는 없던일로 하겠다, 이렇게 된거에요.
이 법안이 발표되자마자 난리가 났죠. 왜냐면 재건축 아파트 집주인들은 '갑자기 재건축 아파트에 들어가서 살아야하는 상황'이 온거에요.
신축아파트 받으려고 재건축 아파트를 사서 몇십년간 투자했는데, 입주권도 못받고 현금청산당한다면 정말 '멘붕'이겠죠? 그래서 이 법안이 나왔을때 재건축 소유주들의 마음은 충격과 멘붕이었죠.
재건축 대상 아파트란 대부분 30년 넘은 노후아파트죠. 그래서 매수자들은 세를 주고 다른 곳에 사는 경우가 많아요. 또 노후 대비 등 투자목적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매수한 사람들도 많거든요.
정부 법안은 <만약 재건축 아파트에 2년 실거주 안하면 앞으로 신축 아파트 못받을줄 알아>라는 뜻이기때문에, 재건축 매수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재건축 아파트로 들어갈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이렇게되니까, 재건축 아파트에서 저렴하게 살던 세입자들은, 갑자기 내쫓겨나는 상황이 된거에요. 재건축 아파트는 낡았기때문에 같은 입지의 신축 아파트보다 전세가가 매우 낮아요. 그리고 대부분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에 세입자가 오랫동안 사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갑자기 <부산에서 사는 집주인이 들어오겠다> <대전에 사는 집주인이 들어와야살아야한다> 이런경우가 발생한거에요.
집주인들은 울면서 실거주하게되고, 세입자들도 울면서 쫓겨나는 상황이 발생한거죠.
작년 상황을 돌이켜보면, 임대차3법(전월세 신고제·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되는 시기로, 임대차 가격이 폭등할때였어요. 그나마 저렴한 임대를 제공했던 재건축 단지들의 전세물량이 줄어든거죠. 집주인들이 실거주를 하게 되면서 말이죠.
그렇다보니 전셋값이 더욱 폭등했어요. 재건축 단지들이 몰려있는 강남권 전셋값은 작년 6월 이후 강남구 18.07%, 서초구는 17.81%, 송파구는 23.72% 급등했어요.(KB부동산). 같은 기간 전국 상승률이 12.23%라는 것을 감안하면, 크게 뛴 셈이죠.
전셋값만 자극한게 아니에요. 아이러니하게, 이 법안은 집값 상승도 일으켰어요. 왜냐하면, 앞서 정부는 이 2년 실거주 의무를 <연내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을 하지 않은 재건축 단지들부터>적용한다고 발표했잖아요. 그러니까 정부 발표후에 <2년 실거주 의무>를 피하자며 사업이 지지부진하던 재건축 추진위들이 대동단결해서 조합 설립을 하기 시작했거든요.
그 결과, 올해 초까지 강남구 개포동 주공5·6·7단지를 비롯해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4차, 방배동 신동아, 송파구 송파동 한양2차,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 등이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어요. 속도가 정말 지지부진했던 압구정동에서도 올해 2월 4구역을 시작으로 5·2·3구역 등이 잇달아 조합설립 인가를 얻었고요.
이렇게 조합이 설립되면 일정 예외 사유(1가구 1주택 10년 보유 5년 거주)를 제외하면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돼요.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매물이 한정되게 되죠. 그러니까 <앞으로 재건축 매물은 더욱 줄어든다> <사업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도 뛰기 시작했어요.
- 30억에서 43억까지.. 강남 재건축 가격도 급등
예를 들어 작년 8월까지 실거래가가 30억원대 후반~40억원대 초반이었던 압구정 현대1·2차 전용 160㎡의 경우 이 법 발표 직후 조합설립(압구정 3구역)을 서둘렀고 연말 43억원까지 치솟았죠 . 조합이 설립된 이후 매수하면 재건축 조합원 지위를 양도받을 수 없기 때문에 '막차 수요'가 몰린 거에요.
- 정부 정책 믿었다가 피해본 사람들은, 어떡하죠?
정부는 정책을 발표할당시보다 현재 전셋값과 매매가가 급등하면서 매우 곤혹스런 상황이었어요. 정부와 여당은 오히려 이 법안이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전셋값을 올리고 집값을 뛰게한다는 비판에 상당히 부담감을 느낀 것이죠.
사실 이법은 작년에 발표될때, 전셋값만 띄울거라고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법안이거든요.
그런데 이제라서도 없던일로 된것은 다행인데, 문제는 정부 정책을 믿고 실제 행동에 옮긴 사람들이죠. 잘 살던 집에서 나와 재건축 단지로 이사를 하거나, 세입자를 내보내고 수천만원 인테리어를 하고 들어온 사람들은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제일 큰 피해자가 됐어요.
"부동산 정책이라는게 예측가능하고 이로인해 실수요자들이 판단과 실행할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정부가 매번 정책을 저렇게 뒤짚으니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신중하지 못한 대책 발표가 시장 혼란만 키우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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